시작의 변
오랫동안 미뤄두던 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전 예전부터 이상하게 오래된 것들에서 향수를 많이 느낍니다.
제 시대에 겪은 게 아닌, 더 오래된 것들에서도 느낍니다.
그 이유를 찾고, 이 작업을 시작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을 끌어도 도저히 왜 그것에 끌리는지 모르겠더군요...
세상이 좋아진 요즘, AI들과 대화하며 어렴풋이 알게된 것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서인 것 같습니다.
뭔가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거겠지요. 별 거 아닌데 별 걸로 만드는 제 머릿속의 무언가가 있는 거겠지요.
그래서 일단 시작해보고, 점점 찾아나가볼까 합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정리된 것은
1. 부모님을 닮아 미련이 상당히 많습니다.
1-1. 부모님을 닮아 상당히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많습니다.
1-2. 마음이 여리고, 이별을 두려워하고 너무 감정소모를 크게 하는 편입니다.
2. 저는 늦둥이입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나이대에서 열살 정도는 더 많아야 동질감을 느낍니다.
3. 경상도(이 문제가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출신이라 공동체적인 위계가 강했고, 항상 제사를 위해 모이던 큰집이 오래된 아파트였습니다.
4. 어린시절이 그리운데, 사람과 공간에서 느끼는 향수가 함께 오는 것 같습니다.
대충 정리된 이 생각으로 '기록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 끝엔 어떤 감정과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저도 궁금하네요.
일단 처음의 생각은
'내 마음이 이별의 준비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래도록 간직하고 보고싶다.'
입니다.
경상북도 포항시, 장성동
https://www.youtube.com/watch?v=sex8rjxnPjs
재개발로 인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나의 고향, 장성동이다.

이 영상과 사진을 찍어온 것도 벌써 3년 전인데, 최근 로드뷰로 들어가봤더니 완전히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더 이상 들어가볼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괜히 슬프다.
30년이나 전, 드문드문 있는 기억의 공간도 왜 이렇게 잊기가 싫은지, 타고난 성향이 밉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소중한 성향이라고 해야할까? (그럼 이별의 준비는 언제쯤 할 수 있는 것인지?)
물건도 잘 못버리고, 만남에서도 먼저 일어나지 못하는, 그런 성향과도 이어져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세상은 빨리 바뀌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다. 누군가는 떠날 준비를 하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그런 사람이다.
단 한명의 사람이라도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 가치가 다른 것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서로 타협의 시간을 조금 가져보는 것, 그게 좋은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중이염을 앓은 적이 있다. 수술도 하고 꽤 많이 아팠던 걸로 기억을 한다.
귀가 아플 때면 항상 저 골목으로 세단을 타고 들어와서는 나를 데리러 오는 어떤 할아버지의 꿈을 꿨다.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짚고 허리가 조금 굽은 것이, 지금 생각에는 은퇴한 저승사자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힘이 없어서 나를 못데려간건가? ㅋㅋ
그리고 또 하나 기억나는 꿈은 어떤 점이 계속 2차원을 돌아다는 꿈이다. 도트 게임 같이 움직이는데, 너무 나에겐 무서운 꿈이었다. 왜 무서운지도 모르겠는데 꿈에서 그것만 나타났다하면 밤새 혼자서는 견디지 못할만큼 무서웠다.
그런데도 저 골목이 왜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그것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몸이 건강해져서 그런 것인가?
나의 부모님은 내가 늦둥이라 그런지 아직도 그때의 일 때문에 본인들 탓을 한다. 자기가 잘못해서 내가 아팠던 것 같다며, 자기가 죄를 지어서 나를 그렇게 나은 것 같다며.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건강하지 못한 생각이다. 그래서 내 꼴이 이럴까 하는 자책을 나도 하고 있으니.


그리고 이 글을 GPT한테 보여줬더니,
'기억을 남기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떠나보낼 수 있기 위해 기록한다.'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고 한다. 얼추 내가 했던 생각하고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어느 누군가가 보고서, '아 저런 공간이 있었지. 저기서 나는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지. 좋았지...'라고 느끼고 승화(?)시켜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