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생각기록

회색 청춘과 적색 건물

muzikan21 2022. 12. 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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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잘 모르겠지만 오래된 건물(특히 빨간 벽돌집들)을 보면 아련해진다.

처음엔 그냥 특이한 성향이려거니 했다가, 분명한 이유를 떠올리게 되었다.

 

몇백, 몇천년 씩 된 물건들은 '오래 전'이라는 이유로 대우해준다.

물론 역사적 가치, 기술력, 보존도에 따라서 그 안에서도 가치가 조금씩 다르게 매겨지긴 하지만...

 

그런데 우리나라가 한참 못먹고 못살던 몇십년 전,

많은 노동자의 희생 아래 만들어진 것들은 쉽게 천대받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게 건물이든 물건이든, 뭐든지 간에

오히려 진보하기 이전의 것들로 치부하며 버리기에 급급하지.

 

그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60~80년대 경제가 한참 좋아지기 전

우리나라에서 아주 날림으로 지어졌던 건물들은 얼른 허물고

좋은 기술력으로 보수 또는 재건하는 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아주 좋은 방법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날림으로 지어진, 지금에 와서는 (정치싸움으로 까지 번진) 애물단지로 취급받는 것들이

쉽게 사라져가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아련해지는 것은

그 날린 건물에마저 애정을 가지고 살았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고

나도 날린 사람이라 쉽게 사라지려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유 없이 태어난 인간은 없다는 그 희망의 불씨가,

최근 재건축 바람이 부는 오래된 건물들을 보면서 

짓밟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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