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5월 20일
속도가 너무 빠른가? 하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느낌에 오늘은 우리의 원래 목적이었던 '자전거 타고 내일로' 컨셉에 맞게 슬렁슬렁 가기로 했다.
그래서 친구 집에서 친구네 부모님과 함께 점심까지 때리고, 느지막이 출발했다.
가는 길에 친구의 고향인 예산군 대술면 구경을 하며, 500년 짜리 보호수 아래서 완주하게 해달라고 기도도 하고, 폐교된 친구네 초등학교 앞에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청양군까지 직행했다.
그런데 웬걸? 3시간짜리 코스라 만만하게 보고 달렸더니 무슨 놈의 오르막이 그렇게나 많은지!

해가 저물 때쯤에야 청양군에 겨우겨우 도착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읍내 식당에 가려고 하는데, 그때 친구 자전거에 펑크가 났다. 이런 천운이 있다니!
왜냐면 우린 앞서 말했다시피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기 전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밖에 안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중간에 터졌으면 어쩔뻔...
밥도 먹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1~2시간을 씨름해서 겨우 펑크를 메꾸고 바람을 넣었다.
임시방편이라 가다가 또 자전거방을 들러야했다. 불안불안한 마무리였다.
뭐 아무튼, 그렇게 해결하고 밥을 먹고 나오는데 난 세상 처음 보는, 아마 이제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을 보았다.
꽁냥거리는 고등학생 커플을 향해 소리치는 꼰대 어른과, 그 호통을 듣고 쭈볏거리며 죄송하다고 얘기하고는 사라지는 고등학생 커플!
내 상식은 저런 상황이면 싸움인데, 아직 시골이긴 한가보다.

친구와 그런 감상을 얘기하며 청양군 외곽의 한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 찾아보니 청양지천 생태공원인 것 같다!)
기막힌 정자에, 기막힌 텐트라니.
술 취한 아저씨들이 우리 텐트를 보고 수군거리는 것과, 싼 텐트라 밤엔 춤고 아침엔 더운 것만 뺀다면! 다 좋았다.
이날은 달린 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피곤했는데도 오랫동안 노가리를 까며 낄낄거렸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기억에 남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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